셀론 UX의 솔직한 실패 회고
Publish
2026.03.21
Author
Leo (장준하) Jang
저는 작년 11월, UX 문제를 풀기 위해 셀론을 시작했고 최근 피벗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회고는 레슨런을 위해 작성하게 되었고, 실패했지만 얻은게 많아서 나름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안 보이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처음 셀론을 시작했을 때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초기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해보고, 고객이 되어줄 사람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Browser Use와 UX 리서치를 결합한 모델을 구상했습니다.
AI가 직접 브라우저를 조작하면서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그 과정을 바탕으로 UX 리서치를 수행하는 형태였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저 역시 여러 번 첫 서비스를 시도해본 사람으로서, 초기에 서비스를 써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용자를 만드는 일이 늘 어렵고 중요한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쿠팡플레이, 네이버웹툰,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포함해 약 50개의 waitlist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구현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브라우저 하나를 AI가 직접 컨트롤하게 하려면 세션당 사실상 하나의 기기가 필요했고, 이를 가상 환경이나 Browser Use Cloud로 써도 비용이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AI 토큰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적으로 비싸고 무거운 방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까지 비용과 복잡도를 감수했음에도 유의미한 피드백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브라우저를 실제로 조작하는 방식 대신, AI Native UX 리서치 플랫폼으로 피벗했습니다.
이 제품은 실제 데이터를 넣으면 가상 패널을 생성하고, 그 패널을 대상으로 UX 피드백이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출시 이후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토스코어, 토스증권, 크몽, CJ ENM, 무신사, SKT 등 여러 곳에서 사용해주셨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향성이었습니다.
다양한 고객을 처음 상대하다 보니, 고객마다 원하는 문제의 범위가 너무 넓었고 그 피드백을 최대한 다 수용하려고 하다 보니 제품이 점점 산으로 갔습니다.
그 결과 누구도 잘 쓰지 않는 기능이 계속 생겼고, 많은 고객이 제품 전체가 아니라 일부 기능만 잠깐 사용하고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모든 고객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은 좋은 제품 전략이 아니다는 점입니다.
특히 초기에 고객의 목소리를 과하게 따라가면, 오히려 제품의 중심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희 제품은 범용적이되 뾰족해야 했는데, 범용적이기만 하고 충분히 뾰족하지 못했습니다.
들어오는 모든 문제를 풀려 하기보다, 정말 자주 발생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한 가지 문제에 더 깊게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UX 영역은 결국 실제 유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핵심인데, 그런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PoC 단계에서는 사용자 테스트(UT)처럼 그럴듯한 답변은 나왔지만, 반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의외로 강한 반응이 온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인터뷰 기능이었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넣고 인터뷰를 돌렸을 때,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불쾌할 정도로 실제와 똑같다”는 반응을 주신 고객도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가능성이 있는 신호였습니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창업한 것이 문제 아니야?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분야에서 시작하더라도 결국 배우면서 풀어가는 방식으로 성과를 만든 사람들은 많습니다. (일론머스크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아는가보다, 빠르게 배우고 문제를 더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자유로운 사고 같은 낯선 분야를 함에 있어서 따라오는 장점들도 많습니다.
또 하나 분명했던 건, 이 서비스가 결국 Must-have보다는 Nice-to-have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업무가 돌아가는 제품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에는 시장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국내 UX 리서치 시장은 크지 않고, 많은 조직에서 UX 자체를 아직 필수 기능이 아니라 선택 기능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 이탈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후속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하나의 현실을 더 분명하게 보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B2B SaaS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 있다 없다 이야기하지만,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해자가 없는 B2B SaaS는 생각보다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일부 고객은 셀론을 참고해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사내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인터뷰 같은 업무는 Gemini Gems로 대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절실하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힘든 길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못했던 돈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고, 어렵고, 쉽게 만들기 힘든 것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프라이머와 함께하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초기 랜딩페이지 기획과 방향 수립, PoC, 영업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